2026년을 기점으로 V2H(Vehicle to Home) 기술이 빠르게 상용화 단계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전기차의 배터리를 단순히 충전 수단이 아닌, 가정 내 전력 공급원으로 활용하는 방식은 에너지 자립도 향상, 피크부하 저감, 계통 안정화에 실질적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본 글에서는 ▲양방향 충전 기술의 원리와 활용, ▲주택 수요반응(DR)과 연계되는 방식, ▲전력계통과의 연동 시 고려해야 할 사항들을 중심으로, V2H 기술의 미래 영향력을 분석합니다.
양방향 충전 기술의 원리와 적용 시나리오
V2H는 ‘Vehicle to Home’의 줄임말로, 전기차 배터리에 저장된 전력을 가정 내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기술입니다. 이는 일반적인 전기차 충전기와 달리 ‘양방향 충전기’를 사용하여, 전기를 배터리로 넣는 것뿐만 아니라, 다시 꺼내어 건물로 공급할 수 있게 하는 구조입니다. 이 기술은 V2G(Vehicle to Grid), V2B(Vehicle to Building) 등과 함께 통칭되며, 그중 V2H는 개인 가정에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형태입니다. 현재 상용화된 양방향 충전 기술은 CHAdeMO 표준 기반으로 일본에서 가장 먼저 실증되었고, 최근에는 CCS 표준 기반으로 유럽 및 한국에서도 관련 기술 개발과 인증이 진행 중입니다. 특히 2025년부터 출시되는 주요 전기차 모델은 양방향 충전 기능을 기본 탑재하고 있어, 기술 보급 속도는 한층 빨라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적용 시나리오로는 크게 세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정전 시 비상 전력원으로 활용. 예를 들어 64 kWh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 한 대는 일반 가정의 하루 전력 사용량(약 10 kWh 기준)을 5~6일 동안 공급할 수 있습니다. 둘째, 피크 요금 회피용. 고가 요금 시간대에는 차량에서 전기를 공급하고, 저가 시간대에 다시 충전하는 방식입니다. 셋째, 태양광 연계 운영. 낮에 발전한 전기를 차량에 저장한 뒤, 저녁에 가정 내에서 사용하는 방식으로 자가소비율을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주택 수요반응과 V2H 연계 효과
V2H의 핵심 가치는 단순한 비상 전력 공급을 넘어, 수요반응(DR: Demand Response)과의 연계를 통한 전력 소비 패턴의 최적화에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산업체 중심으로 DR 제도가 운영되고 있으나, 2026년을 전후로 주택용 DR 시범사업이 본격 확대될 예정이며, 이 과정에서 V2H가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전력거래소나 지역 전력회사에서 정해진 시간대에 전력 소비를 줄여달라는 요청을 보내면, DR에 참여하는 가정은 V2H 시스템을 통해 차량의 전력을 방전하여 자체 소비하거나, 일부 가전제품의 사용을 일시적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방식은 AI 기반 스마트미터와 연동되어 자동으로 실행될 수 있으며, 사용자 개입 없이도 자동화된 수요반응이 가능해집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이미 ‘V2H 기반 주택 DR’ 시범사업을 통해, 여름철 오후 피크 시간대 전체 주택 부하의 12%를 절감한 사례가 보고된 바 있으며, 일본 또한 동일한 실증에서 참여 가구의 전기요금이 월평균 15% 절감되는 효과를 보였습니다. 한국 역시 비슷한 모델을 도입할 경우, 수도권 고밀도 주거지역에서 유사한 성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DR 연계형 V2H는 단기적인 전력요금 절감뿐 아니라, 국가 전력수급 균형에 실질적인 기여를 할 수 있는 전략적 자원이 됩니다. 특히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지는 환경에서는, 일몰 후 급격한 피크 부하를 완화할 수 있는 유일한 분산형 자원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전력계통과의 연계 시 고려사항 및 향후 과제
V2H가 전력계통에 통합되기 위해서는 단순 기술 상용화 외에도, 계통 안정성 확보와 안전 기준, 통신 프로토콜 정립 등 다양한 요소들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현재 가장 큰 이슈 중 하나는 ‘역방향 전력 흐름’으로 인한 계통 설계 부담입니다. 전통적인 배전망은 전력소비를 전제로 설계되었기 때문에, 다수의 V2H 시스템이 동시에 역방향으로 전력을 공급하면 전압 상승, 주파수 변동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양방향 전력 흐름을 감지하고 조절할 수 있는 스마트 인버터와, 실시간 데이터 통신이 가능한 IoT 기반 통신망이 필수적입니다. 특히 V2H가 보편화될 경우, 각 가정이 하나의 '소형 발전소'로 기능하게 되므로, 전력거래소와의 실시간 연계 시뮬레이션, 충전/방전 스케줄링 시스템 등이 필요합니다. 또한, 안전 이슈도 중요한 고려사항입니다. 차량과 주택 전기설비 간 연결에서 발생할 수 있는 누전, 과부하, 화재 위험을 예방하기 위한 기술 기준 마련이 필수적이며, 이는 정부의 인증 체계와 표준화 작업이 함께 추진되어야 합니다. 결론적으로, V2H 기술은 에너지 소비자의 역할을 소비자에서 ‘프로슈머’로 전환시키는 핵심 기술입니다. 단순히 전기차를 타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전기차가 가정과 계통의 전력 흐름을 실질적으로 조절하는 ‘이동형 분산전원’으로 진화하는 것입니다. 향후 정책, 기술, 인프라가 적절히 결합된다면, V2H는 한국형 분산에너지 모델의 핵심 축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