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을 위한 재생에너지 확대가 세계적으로 가속화되면서 수소에너지가 전력망과 결합한 새로운 에너지 허브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특히 태양광과 풍력 중심의 재생에너지 확대는 출력 변동성과 간헐성 문제를 동반하기 때문에, 이를 완충할 수 있는 저장 기술과 연계 에너지 시스템이 필수적으로 요구되고 있습니다. 수소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유력한 대안으로, 전력을 수소 형태로 변환하여 저장하고 필요시 다시 전력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ESS가 제공하지 못했던 장기 저장 기능까지 확보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수소는 단순한 에너지 저장이 아니라, 전력망 안정성과 에너지 시장 효율성을 동시에 개선하는 전략적 수단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P2G 기술 개요와 전력망 연계 원리
P2G(Power-to-Gas)는 잉여 전력을 수소 또는 메탄 등의 가스로 변환하는 기술로, 재생에너지와 수소생산 시스템을 연결하는 핵심 기술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태양광과 풍력 발전은 수요보다 공급이 많은 시간대가 많기 때문에 출력 제한(Curtailment) 문제가 발생하며, 이는 전력망 운영에서 점점 더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P2G 기술은 이러한 잉여 전력을 전해조(Electrolyzer)를 통해 분해하여 수소를 생산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며, 생산된 수소는 산업용, 가정용, 수송용 등 다양한 부문에 직접 공급되거나, 다시 전력으로 변환하여 계통에 재투입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는 전력 수요와 공급을 실시간으로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을 흡수하면서 계통 안정성 확보에도 기여합니다. 2026년 기준 유럽 국가들은 전력망에서 발생하는 잉여 전력을 P2G로 전환하는 프로젝트를 수 년째 확대하고 있으며, 일본 또한 재생에너지의 계통한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핵심 기술로 P2G를 지정하고 국가 차원의 로드맵을 추진 중입니다. 한국의 경우 2030년까지 P2G 기반 수소발전소 구축 계획을 수립한 상태이며, 울산, 인천, 강원권 등에서 실증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P2G는 ESS와 달리 장기 저장 기능이 가능하기 때문에 계절 단위 전력 수급 불균형까지 해결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기술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수소 저장기술의 발전과 계통 내 활용방식
수소 저장기술은 P2G 시스템과 더불어 전력망 유연성 확보에 필수적인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으며, 저장 방식은 압축 수소 저장, 액화 수소 저장, 금속수소화물 저장, 지하 공동 저장 등 다양하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압축 수소 저장은 기술적으로 성숙도가 가장 높고 빠른 공급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으며, 액화 수소 저장은 전력 변환 효율은 다소 낮지만 저장 밀도가 높기 때문에 수소 수송과 연계하여 활용도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수소를 암모니아 형태로 전환하여 저장하고 다시 수소로 전환하거나 발전 연료로 직접 사용하는 기술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암모니아 기반 저장은 수소에 비해 취급 안정성과 운송 효율이 높기 때문에 해외 수소 도입을 고려하는 국가들에서 높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수소 저장 시스템은 전력망과 연계될 경우 매우 강력한 에너지 완충 장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ESS는 수 시간 단위의 단기 피크 조절에 적합한 반면, 수소는 계절 단위의 전력 수급 불균형까지 대응할 수 있기 때문에 재생에너지 도입률이 40%를 넘는 국가에서는 수소 저장이 필수적으로 고려됩니다. 실제로 독일에서는 풍력 발전 잉여 전력을 수소로 저장한 뒤 난방수요가 증가하는 겨울철에 전력과 열 공급 용도로 활용하는 모델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수소 시범도시를 중심으로 수소 저장량 기반 수요 예측 및 전력 피크 제어 실증이 진행 중이며, 향후 수소 기반 장기 저장은 RE100 산업계에서도 활용 가능성이 높은 분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전력망-수소망 혼합운영 전략과 정책 방향
전력망과 수소망을 통합적으로 운영하는 모델은 에너지 통합 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적 전환점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혼합운영 모델은 전력망의 공급 기능과 수소망의 저장 및 변환 기능이 유기적으로 연계되는 구조로, 재생에너지 기반 에너지 시스템의 상호 보완성을 극대화하는 효과를 제공합니다. 구체적으로 낮 시간대에는 태양광 발전으로 생산된 전력을 수소로 전환하여 저장하고, 수요가 증가하는 저녁 시간대나 계절적 전력 수급 불균형 상황에서는 저장된 수소를 연료전지나 수소 터빈을 통해 다시 전력으로 변환해 공급하는 방식이 대표적입니다. 이 모델은 하루 단위뿐 아니라 월 단위 또는 계절 단위 전력 수급 계획에도 적용될 수 있어 전통적인 ESS 기반 운영 방식보다 확장성이 높습니다. 최근에는 AI 기반 EMS(Energy Management System)를 통해 전력-수소 변환 비율을 자동 조절하고, 연계 시장 가격에 따라 최적 경제성을 확보하는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정책 측면에서는 유럽이 가장 빠르게 발전하고 있으며, 독일, 덴마크, 네덜란드는 P2G와 전력망 연계 실증을 통해 ‘재생에너지 연속공급 모델’을 상용화 단계까지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한국도 수소경제 로드맵을 통해 수소발전·전력계통 통합 운영 플랫폼 구축을 추진 중이며, 전력공기업과 수소 산업계 간 데이터 연계·시장 통합·실증 인프라 구축 등 다양한 구조 개선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향후에는 전력망 설계 시 수소 흐름을 고려한 설계 기준이 도입될 가능성이 높으며, 장기적으로는 수소 P2P 거래 체계와 연계된 에너지 시장 개편까지 전망되고 있습니다. 수소에너지는 전력계통의 변동성을 완충하고 공급 안정성을 강화할 수 있는 핵심 자원으로, 전통적인 에너지 인프라의 구조 한계를 넘어 새로운 에너지 시장 기회를 만드는 기술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특히 P2G 기술, 수소저장 시스템, 전력-수소 혼합 운영 모델은 전력망 안정성과 경제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전략적 설루션이며, 장기적으로는 스마트그리드, 마이크로그리드, RE100 산업, 분산형 에너지 시스템과의 결합 가능성도 매우 큽니다. 현재는 전력망과 수소망 연계가 초기 단계이지만, 앞으로 수소는 단순한 보조 자원이 아닌 에너지 인프라의 중심 자원으로 재편될 것으로 보입니다. 전력망 설계자, 에너지 기업, 정책 입안자 모두에게 수소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 고려 요소이며, 에너지 전환의 성공 여부는 수소 통합 전략 실행력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