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전력계통의 안정성과 신뢰성을 유지하기 위한 핵심 개념으로 "유연성 자원"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유연성 자원이란, 전력 수급의 불균형이나 계통 내 불안정 요소를 실시간 혹은 계획적으로 조절하여 전체 시스템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다양한 기술적·운영적 자원을 말합니다. 특히 정적 유연성 자원과 동적 유연성 자원의 역할 구분과 실제 운영 전략은 향후 전력망 설계 및 정책 수립에 있어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유연성 자원의 개념과 구성, 실무 적용 사례, 그리고 2026년 현재 추진되고 있는 국내외 전략들을 중심으로 깊이 있게 분석합니다.
정적 유연성 자원의 정의와 예시
정적 유연성 자원이란, 물리적 위치나 설비 특성이 고정되어 있으나 특정 시점에 유연하게 동작할 수 있도록 설계된 자원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자원은 일반적으로 실시간 대응보다는 사전 계획 기반의 계통 운영에서 활용되며, 출력 제어, 전압 유지, 저장 기능 등을 통해 전력망의 안정성을 간접적으로 보조합니다. 대표적인 정적 유연성 자원에는 에너지저장장치(ESS), 전압 조정 장치(OLTC, SVC), 전력변환장치(PCS), 분산전원과 연계된 정적 계통 연계 장치, DR 자원 등이 있습니다. 특히 ESS는 계통 피크 시 방전을 통해 부하를 줄이고, 잉여 발전 시 충전을 통해 전력 흡수를 수행함으로써 전력 수급 균형 유지에 기여합니다. 실제로 국내에서는 제주 지역의 출력 제한 문제 해결을 위해 다수의 ESS가 계통에 투입되어 있으며, 이는 2025년부터 본격화된 재생발전 제약 해소 로드맵의 핵심 축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또한, 정적 유연성 자원은 DR 프로그램과도 밀접한 연계가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산업시설이나 대형 상업시설에서는 생산이 활발하지 않은 시간대에 전력 사용을 줄이거나, 전력 피크 시간에는 설비 운전 시간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정적 자원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방식은 계통의 전력 피크를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수요반응(DR) 시장의 활성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실제로 일부 지역에서는 이러한 정적 자원을 기반으로 DR, ESS 등을 결합한 하이브리드형 계통 운영 실증사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정적 자원의 핵심 장점은 즉각적인 반응은 어렵지만, 사전 계획과 예측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계통 운영자는 정적 자원을 기반으로 한 장기 운영 시나리오와 연계해 예측 기반 스케줄링을 통해 계통을 안정화하는 전략을 수립하고 있습니다.
동적 유연성 자원의 특징과 계통 내 역할
동적 유연성 자원은 실시간 전력계통의 불안정성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자원으로, 고속의 제어 응답성과 높은 정밀도를 특징으로 합니다. 주로 주파수 급변, 전압 불안정, 예기치 못한 출력 변동 등의 상황에서 계통을 안정화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주요 동적 유연성 자원으로는 주파수 조정 발전기(FR), AI 기반의 예측제어 ESS, 고속 수요반응 자원, 실시간 제어형 VPP(가상발전소), 인버터 기반 제어장치 등이 있습니다. 이들 자원은 수 초 이내의 빠른 응답을 통해 계통 이상 신호를 감지하고 자동으로 조치를 취할 수 있으며, 기존 중앙집중형 발전소의 역할을 대체하거나 보완하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2026년 기준으로 한국전력 및 전력거래소는 동적 자원에 특화된 '고속 수요반응 시장'과 '예측제어 기반 계통보조시장'을 단계적으로 도입하고 있습니다. 특히, AI 기반 ESS 운영 시스템은 사전 예측된 출력 변동성과 실제 계통 데이터를 비교해 자율적으로 충·방전을 수행하며, 이는 전통적인 수동제어 방식보다 훨씬 높은 정밀도와 효율성을 확보할 수 있게 해 줍니다. 또한, 동적 자원은 분산자원의 집합운영(VPP) 기술과 결합되면서 유연성의 범위와 응답 속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있습니다. 소규모 태양광, 풍력, ESS, 수요자원 등을 가상적으로 통합해 하나의 자원처럼 운영할 수 있는 구조는 지역 단위의 계통 안정화에도 활용되고 있으며, 이는 재난 대응, 비상 전력 보조, 마이크로그리드 구성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동적 자원의 활용이 확대될수록, 실시간 데이터 수집 및 분석, 통신 인프라, 자동제어 알고리즘 등의 기술 연계도 동시에 강화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정부와 민간은 공동으로 실증사업을 통해 통신 프로토콜 표준화, 사이버보안 체계 마련, 제어모델 고도화 등을 추진 중이며, 이러한 흐름은 향후 스마트그리드 고도화와 자연스럽게 연결될 전망입니다.
유연성 자원의 운영 전략과 정책 방향
유연성 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기술적 구성요소 외에도 정책, 시장, 운영체계 등 다양한 요소가 유기적으로 연계되어야 합니다. 최근 에너지 정책 방향은 기술 중심의 인프라 확충에서 벗어나, 시장 기반의 유연성 자원 거래와 통합 운영 전략으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첫째, 유연성 자원의 세부 분류 기준을 정립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현재는 정적·동적이라는 1차 구분 외에도 응답 시간, 제어 방식, 운영 주체, 설치 위치 등을 고려한 다차원적 분류체계가 논의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자원의 특성에 맞춘 최적 배치와 역할 분담이 가능해지고, 이를 기반으로 효율적인 계통운영이 가능해집니다. 둘째, 통합 플랫폼 구축이 필수적입니다. DR, ESS, VPP 등 다양한 자원을 단일 플랫폼에서 연동·제어·정산할 수 있는 시스템은 시장 참여자 확대와 운영 효율성 제고에 기여합니다. 2026년부터 일부 시범사업에서는 블록체인 기반의 P2P 유연성 거래 플랫폼이 실증되고 있으며, 이 플랫폼은 소규모 자원도 참여 가능한 개방형 구조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셋째, 유연성 자원에 대한 보상체계 개편이 필요합니다. 기존의 고정 단가 기반 보상에서 벗어나, 반응속도, 정밀도, 계통기여도에 따른 차등 정산제 도입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이는 고성능 기술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화하고, 민간 투자를 유도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작용합니다. 마지막으로 정책적 측면에서는 유연성 자원에 대한 규제 완화와 동시에 최소 기술 기준, 운영 안전성, 사이버보안 등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요구됩니다. 특히, 지역 단위 에너지계획과 유연성 자원 연계, 시범지구 지정, 규제 샌드박스 등을 통해 실증 기반의 정책 실현이 가능해지고 있으며, 이를 통해 계통 안정성 확보와 함께 새로운 에너지 비즈니스 생태계 조성도 기대되고 있습니다. 재생에너지가 전력시장의 주축으로 자리 잡은 지금, 정적·동적 유연성 자원의 전략적 활용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습니다. 예측 불가능한 출력 변동성, 급증하는 분산전원의 계통 연결, 극한 기후로 인한 전력 수급 불안 등 다양한 위기 상황 속에서 유연성 자원은 전력망을 지탱하는 핵심 버팀목으로 기능합니다. 앞으로는 단순히 자원을 도입하는 것을 넘어, 어떻게 분산자원을 통합하고 실시간으로 제어하며 정책과 시장을 연결할 것인가에 대한 종합적인 운영 전략이 중요해질 것입니다. 에너지 전환의 성공은 결국 유연성 자원을 얼마나 지능적으로 설계하고 운영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지금이야말로 계통 유연성에 대한 전문성과 실행력을 확보할 결정적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