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을 앞두고 재생에너지 확대가 본격화되면서, 송전망 확보가 전력 산업의 가장 큰 병목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특히 대규모 재생에너지 프로젝트가 지방 분산형으로 진행되는 가운데, 기존의 공공 주도 계통계획만으로는 빠르게 증가하는 민간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이 글에서는 송전망 확보를 위한 민간 협업모델의 필요성과 현실적 대안을 살펴보고, 공급계약(PPA), 망이용권 제도, 민간 투자 연계 전략의 최신 흐름을 분석합니다.
기존 공공 주도 망계획의 한계와 민간 수요의 충돌
한국의 송전망 계획은 오랜 시간 동안 정부와 한전 중심의 공공 주도로 이뤄져 왔습니다. ‘기본계획 → 설계 → 인허가 → 착공’이라는 순차적 절차가 적용되며, 대개 수립부터 완공까지 7~10년이 소요됩니다. 이러한 구조는 과거 대규모 화력 및 원전 중심의 중앙집중형 발전 체계에는 적합했지만, 최근 급속하게 증가한 재생에너지 수요와는 맞지 않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는 전남 신안 해상풍력 프로젝트입니다. 이 사업은 수십 GW급의 발전 용량을 계획하고 있지만, 현재 해당 지역에서 수도권이나 대규모 수요지로 전기를 보내기 위한 송전선 확보 계획은 여전히 수립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이에 따라 다수의 사업자는 계통 접속 불확실성을 이유로 투자 결정을 보류하거나, 출력제어를 감수하고 단기적 운영을 택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처럼 민간이 수립한 프로젝트와 공공계획 간 시차가 벌어질 경우, 양측 모두 손실을 입게 됩니다. 정부는 전력공급 계획 차질, 민간은 수익성 저하라는 이중 문제를 겪게 되죠. 그 결과, 공공 계획과 별개로 송전망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고자 하는 민간 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며, 그 대안으로 ‘민간 협업형 송전망 모델’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공급계약·망이용권 기반의 협력형 모델 등장
기존 송전망 이용 방식은 ‘한전 계획→송전망 투자→망 이용’이라는 구조로, 민간이 선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여지가 적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공급계약(PPA)을 중심으로, 민간 사업자와 송전망 운영기관이 사전에 연계 계획을 수립하고, 망 이용권을 설정한 뒤 이에 기반해 투자 우선순위를 조정하는 방식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제주도의 일부 태양광 단지에서는 자체적으로 송전선 일부 구간을 건설하고, 이를 한전 계통과 연계하여 일정 조건 하에 망 이용권을 확보하는 사례가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는 전통적인 계통계획을 벗어난 민간 주도 방식의 초기 형태라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민간 주도의 망 선투자 방식은 고정적인 PPA와 연계될 경우, 수익 예측성과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망이용권 제도도 논의되고 있습니다. 이는 공공 송전망 내 일부 구간을 특정 민간 프로젝트가 선제적으로 예약하거나, 일정 사용권을 보장받는 형태입니다. 발전사업자는 계통 확보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고, 한전은 예측 가능한 수익과 운용계획을 세울 수 있습니다. 다만, 이는 기존 전력망의 ‘공공성’ 원칙과 충돌할 가능성이 있어, 제도적 정비와 시범사업을 병행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습니다. 최근 정부는 이러한 흐름을 반영해 ‘계통 선제 확보형 보급 모델’을 내세우고 있으며, 지역 단위 송전망 연계 계획 수립 시 민간 사업자의 참여를 제도적으로 유도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민간과 공공의 역할 분담이 아니라, 동등한 협의 체계 구축을 통해 계획부터 투자, 운영까지 연결된 새로운 송전망 운영 생태계로 전환하겠다는 의지를 의미합니다.
민간투자 연계 전략과 정책 변화의 방향
앞으로의 송전망 확보 전략은 단순한 ‘망 건설’에서 벗어나, ‘계획-투자-이용’ 전 과정을 통합한 민간 협업 모델로 전환되어야 합니다. 특히 민간 투자 유치를 위한 제도적 유연성과 경제성 보장 장치가 필수적으로 병행돼야 합니다. 첫째, 민간 주도 계통투자를 촉진하려면, 투자 회수 구조가 명확해야 합니다. 예컨대 민간이 건설한 송전망 구간에 대해 일정 기간 ‘우선 이용권’ 또는 ‘투자비 정산’을 보장하는 제도적 기반이 필요합니다. 이를 통해 사업자는 장기적인 수익성을 예측할 수 있고, 금융기관 역시 안정적 투자 대상으로 인식하게 됩니다. 둘째, 계통투자와 재생에너지 PPA를 연계하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현재는 PPA가 별개로 운영되면서, 송전망 확보는 사실상 후순위에 밀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PPA 승인 조건에 계통확보 여부를 포함하거나, 반대로 송전망 투자에 따라 PPA 우선권을 부여하는 방식은 협업 효과를 높일 수 있습니다. 미국이나 유럽 일부 지역에서는 이미 이와 유사한 연계 제도가 시행 중입니다. 셋째, 제도 유연화를 통한 ‘민간-공공 협력계획 수립 절차’가 필요합니다. 현행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수립 후 고시하는 방식이지만, 민간이 송전망 수요를 사전에 제안하거나, 특정 구간에 대해 공동 개발 계획을 수립할 수 있는 창구가 있어야 합니다. 이를 통해 기존보다 빠른 투자 결정과 시공 진입이 가능해지며, 전체 계통 안정성도 확보할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재생에너지 시대의 송전망 문제는 더 이상 ‘공공 대 민간’이라는 대립 구조가 아닙니다. 오히려 양자의 상호보완적 협력이 필요하며, 그 핵심은 계획 단계에서부터 협업이 시작되는 시스템 구축입니다. 정부는 규제자 역할을 넘어서 플랫폼 제공자로 변화해야 하며, 민간은 독립적 투자자가 아닌 공동 운영 파트너로 자리매김해야 합니다. 이것이야말로 재생에너지 확대를 현실로 만드는 송전망 확보 전략의 핵심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