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의 빠른 확대는 국가 전력 구조에 긍정적인 전환을 의미하지만, 그에 따른 송전 혼잡과 계통 제약 문제는 현실적인 장애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특히 태양광·풍력 발전이 특정 지역에 집중되면서 발생하는 송전선 과부하, 제한된 계통 수용 용량, 지역 간 불균형 등이 전력망 안정성과 연계 효율을 저해하고 있습니다. 본 글에서는 특고압 송전선의 한계, 계통 제약이 심한 제한 지역의 특징, 그리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 기술과 정책 방향에 대해 구체적인 실무 사례와 함께 심층 분석해 보겠습니다.

특고압 송전선의 병목 문제와 기술적 한계
전력 생산과 소비는 지리적으로 분리 경우가 많습니다. 대규모 풍력이나 태양광 발전소는 대부분 송전 인프라가 부족한 변두리 지역이나 도서 지역에 자리 잡고 있으며, 반면 전력 수요는 수도권, 대도시 등 인구 밀집 지역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이때 전력을 수요지로 이동시키기 위해서는 154kV 이상의 특고압 송전선을 이용해야 하며, 이 송전망이 재생에너지 수용의 핵심 인프라 역할을 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특고압 송전선의 용량은 일정 수준 이상을 초과하면 전압강하, 송전손실, 보호 설비의 오동작 등의 문제가 발생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전남 신안군 일대의 해상풍력 개발 프로젝트는 수 GW에 이르지만, 이를 육지로 전송할 수 있는 기존 송전선로는 345kV급 단일 회선으로 제한되어 있어 병목현상이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이 문제는 출력 제어와 계통 접속 대기라는 형태로 실질적 피해를 유발합니다. 신규 재생에너지 사업자는 발전 인허가를 받더라도 송전선로 확보가 되지 않아 계통연계 승인을 지연 받게 되고, 이는 사업비 증가와 투자 지연으로 이어집니다. 2023년 기준, 한국전력의 통계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약 8GW 이상의 재생에너지 용량이 계통연계 대기 중이며, 그중 상당수가 특고압 송전망 병목으로 인한 것입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초고압 직류송전(HVDC), 지중 송전선, 복선화 등 다양한 기술적 대안을 추진 중이지만, 문제는 사회적 수용성입니다. 예를 들어, 밀양 송전탑 건설 사례처럼, 지역 주민의 반발이 격화되면 사업은 수년간 지연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는 기술적 해법과 함께, 지역 주민 수용성 확보, 보상 정책 개선, 지자체 협의 강화 등 복합적 거버넌스 모델이 병행되어야 할 시점입니다.
결론적으로 특고압 송전선은 재생에너지 계통 수용을 결정짓는 가장 핵심적인 인프라지만, 물리적 한계와 사회적 갈등을 동시에 고려한 중장기 전략이 함께 수립되어야 안정적인 재생에너지 확대가 가능해질 것입니다.
계통 제약이 심한 제한 지역의 현황과 구조적 문제
재생에너지 발전이 집중되면서 특정 지역은 반복적인 계통 포화 현상을 겪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제한 지역으로는 제주도, 전남 해안권, 강원 산간 지역, 경북 내륙 일부가 있으며, 이들 지역은 송전망의 용량이 부족하고 수요처가 멀리 떨어져 있어 계통 제약이 심각합니다.
제주도의 사례는 특히 주목할 만합니다. 태양광과 풍력 발전이 급증하면서 기존 전력계통이 이를 수용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연간 수십 차례 이상의 출력제어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2022년 한 해 동안 제주도에서는 출력제어 누적 시간만 2,500시간 이상에 달했고, 이에 따른 발전 손실은 수백억 원 규모에 이릅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신규 사업자의 경우, 계통 연계가 불가능한 지역으로 분류되어 인허가 자체가 제한되거나, 조건부 허가가 부여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강원도 산악 지역도 유사한 문제를 겪고 있습니다. 풍력 자원이 풍부하지만, 변전소와 송전선로가 부족하여 발전 단지 간의 계통 연결이 어렵습니다. 특히 고산지대는 지형 특성상 송전망 건설이 어렵고 비용이 높아, 경제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이에 따라 계통연계 비용 부담을 발전사업자가 떠안아야 하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으며, 이는 투자 위축으로 이어집니다.
또한 지역 간 계통 연계의 불균형도 문제입니다. 수도권과 일부 중부 지역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계통 인프라를 갖추고 있지만, 재생에너지 입지 조건이 좋지 않아 발전량이 적습니다. 반대로 남부권과 동부 해안 지역은 자원이 풍부하지만 인프라 미비로 인한 전력 흐름의 병목 현상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제한 지역의 문제는 단순히 설비 부족만이 아니라, 전력망 설계의 지역 편차, 장기 투자계획 부재, 수요지 중심의 송전망 운영 관행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결국 계통 제약은 기술적 문제인 동시에 구조적 문제이며, 단기간에 해결이 어렵기 때문에 지역별 특성을 반영한 계통 수용성 개선 계획이 필요합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전력은 ‘계통 포화 지도’를 통해 각 지역의 계통 수용 능력을 시각화하고 있으며, 재생에너지 사업자들에게 참고 자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이러한 정보 공개와 함께 계통 제약 지역에 대한 추가 보상, DR·ESS 연계 성과급 제공, 계통 우선 연계제도 등을 병행해야 제한 지역에서의 재생에너지 확산이 지속 가능할 것입니다.
대안 기술과 정책 방향: 유연성 자원 중심의 분산형 계통으로 전환
기존의 전력망 구조는 대규모 중앙 발전 → 고압 송전 → 지역 수요지로의 배분이라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러나 재생에너지는 분산형 발전 구조를 따르기 때문에, 기존 중앙 집중형 계통 설계와 충돌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특히 지역 간 송전선 병목이나 제한 지역의 계통 포화 문제는 결국 기존 계통의 유연성 부족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제안되는 핵심 대안이 바로 유연성 자원(Flexible Resources)입니다. 유연성 자원은 전력 수요 변화나 출력 급등락 상황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자원으로, 대표적으로 ESS, 수요 반응(DR), 가상발전소(VPP), 마이크로그리드 등이 포함됩니다.
첫 번째 대안은 ESS 기반 지역별 출력 조절입니다. 제주도의 경우, 특정 시간대 발전이 몰리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ESS 설치 시 보조금 + REC 가중치 + 계통 연계 우선권 제공 등의 정책을 추진 중이며, ESS 운영의 실효성이 입증되면서 점차 내륙 지역으로 확산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DR 시장과의 연계 확대입니다. 수요 반응 자원은 과잉 공급이 예상되는 시간에 대규모 전력 소비처(공장, 상업시설 등)에서 자발적으로 전력 사용을 줄이거나 늘림으로써 계통 부하를 조절하는 방법입니다. 현재는 시범 운영 수준이지만, DR이 제대로 시장화된다면 송전망 증설 없이도 국지적인 송전 혼잡을 완화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 됩니다.
세 번째는 VPP(가상발전소) 도입입니다. 다수의 소규모 발전 자원과 저장장치를 하나의 가상 전력 자원처럼 운영함으로써, 마치 대규모 발전소처럼 출력 조절이 가능하게 만드는 기술입니다. 유럽에서는 이미 독일과 네덜란드에서 실증이 진행 중이며, 한국도 2024년부터 일부 시범 사업이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정책적으로는 기존의 중앙 계통에 모든 전력을 집결시키는 방식에서 벗어나, 지역 자급형 전력 운영 모델로 전환하는 것도 중요한 전략입니다. 지역별로 발전-저장-소비가 연계된 마이크로그리드를 확대하면, 송전망에 부담을 주지 않고도 전력 수급을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됩니다.
결론적으로 송전 혼잡과 계통 제약 문제는 단순히 송전선만 늘린다고 해결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기존 전력망 구조의 패러다임 전환과, ESS·DR·VPP와 같은 유연성 자원의 전략적 통합을 통해 계통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장기적인 해법이 될 수 있습니다.